입력
확인
닫기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대기 트랜드
주간 트랜드
월간 트랜드
댓글 트랜드
읽어조조조비조식
응가설사뿌직
블라인드 쪽지보내기 게시물검색
조회 136 추천 7 12/04 01:03

 

1화:읽어조


 그 자리에서 바로 죽였어도 됐지만, 영주도 에디키어같은 괴물은 처음 봤거든.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편이 자기 명성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거지.”


 소식을 접한 청년은 고민에 빠졌어. 괜한 욕심을 부린 탓에 은인이 죽게 생겼는데, 정작 구해줄 힘은 없는 거야.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청년은 결심했어. 어차피 죽었어야 했을 목숨, 아까워할 필요는 없는 거라고. 되든 안 되든 해보자고.”

 

 먹구름이 짙게 껴 달빛 한 줌 없는 밤, 청년은 성에 잠입했어. 구조는 익숙했지. 청년은 헤매는 일 없이 지하감옥을 찾아갔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간수를 조용히 살해해 감옥 열쇠를 훔쳤어. 그리곤 에디키어를 풀어주었지. ‘저와 함께 도망칩시다.’ 하지만 에디키어는 고개를 저었어.”

 

 저는 불사의 몸, 목을 베여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며칠 죽은 척하고 있으면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고 끝날 일인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탈옥한다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그런 희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평생을 도망자로 살아야겠지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 돌아가세요. 저 간수는 제가 죽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고? 청년은 믿지 않았어. 포기하지 말자고, 도피 생활이야 함께하면 되는 거라고, 이미 다 각오한 일이라고, 그렇게 대답했지.”

 

 그때였어, 기척이 들려온 건. 철창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알아챈 거겠지. 소리를 안 낼 수가 없게 만들어져 있었거든. 일종의 방범 장치인 거야.

 아무튼, 야간 경비를 서고 있었던 병사 둘이 수상한 낌새를 느끼곤 감옥으로 내려왔어. 청년을 발견하자마자 한 명은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러 다시 위로 올라갔는데, 어찌나 재빠른지 놓칠 수밖에 없었어. 뒤늦게라도 쫓아가려고 했지만 남은 한 명이 청년을 저지했고, 방해물을 처리했을 때는 성이 비상 상태가 된 후였지.”

 

 두 사람은 포위당했어. 청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지. 하지만 한 말이 있는데 어떻게 투항하겠어? 항복하면 살 수 있다는 보장은 또 어디 있고? 청년은 에디키어에게 말했어. ‘어떻게든 길을 뚫어볼 테니 당신이라도 도망치십시오.’ 그러나 에디키어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겠습니다. 제게 더 나은 방법이 있으니 그리하도록 합시다. 당신이 이 땅의 주인이 되십시오.”

 

 주인이 되라니, 어떻게? 청년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고 했어.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지. 왜냐하면 에디키어가 이미 행동으로 답한 후였거든. 화염에 잡아먹힌 병사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무참하게 죽어갔어.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지.

 그걸 본 청년은 만감이 교차했어. 두려움과 허탈함, 안도감과 의구심.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저항하지 않은 거냐고. 에디키어는 조용히 미소만 지었어. 같은 말을 두 번 할 필요는 없으니까.”

 

 에디키어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어. 청년은 그 뒤를 따랐고. 목표는 영주. 그를 죽이고 청년을 추대하는 게 에디키어가 말한 더 나은 방법이었던 거지.”

 

 그런데 내가 왕이 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했지? 그중 하나가 힘으로 빼앗는 것이었고. 그 말인즉, 권력을 유지하려면 그 자리에 걸맞은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영주 역시 한가닥 하는 마법사였지. 그래서 그는 도망치지 않았어. 싸움 따위, 두렵지 않았으니까. 대신에 병사들은 물러나게 했어. 개죽음만 당할 뿐이라면 굳이 희생시킬 필요가 없잖아? 일대일 승부만이 올바른 방법이라 여긴 거야.”

 

 하지만 영주의 용맹함은 더 강한 힘 앞에서는 만용에 지나지 않았어. 그는 앞서 쓰러진 병사들만큼이나 무력하게 타죽었어. 그 광경을 지켜본 모두가 전의를 잃고 두려움에 사로잡혔지.

 그건 청년 또한 마찬가지였어. 저렇게나 강력한 힘을 가진 괴물이 어째서인지 나에게 만큼은 끝없는 호의를 베푸는 이 상황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거야.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신이 피어난 거지.”

 

 청년은 물었어. 도대체 왜 날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거냐고. 그러자 에디키어는 이렇게 답했어.”

 

 당신이 저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베푼 만큼 돌려받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곤 영주가 쓰고 있었던 관을 집어다 청년에게 내밀었어.”

 

 청년은 여전히 납득이 안 갔어. 에디키어가 해준 일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잖아.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지. 청년은 고개를 숙였고, 에디키어는 그의 머리에 관을 씌워주었어.”

 

 이제 전하, 당신이 이 땅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셨습니다. 새로이 귀족으로 거듭난 당신에게 한 가지, 작은 선물을 드리도록 할까요. 평민 시절의 이름은 그만 버리도록 하십시오, ‘라스 알하이그’, 뱀의 주인이시여.”

 

 고개를 들자 한쪽 무릎을 세워 꿇어앉은 에디키어가 보였어. 그는 손을 내밀며 이어 말했어.”

 

 그리고 저, ‘서펜스’, 에디키어 옵티시아를 당신의 종으로 삼으십시오. 그리하면 저의 무한한 힘은 그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힘으로 당신의 못다 한 욕망을 이루소서.”

 

 또다시 수많은 의심이 청년의 머릿속을 오갔어. 하지만 욕망을 이루라는 그 말이 어찌나 달콤하게 들리던지……. 그는 에디키어가 내민 손을 잡았어. 그렇게 청년, ‘라스 알하이그는 영주가, 에디키어는 그를 섬기는 궁정 마법사가 되었어.”

 

 여기까지 듣고 난 엘케인의 감상은 묘했다. 이래서는 알하이그가 먼저 호의를 베풀어 그에 따른 보답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게 됐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에디키어는 악마. 선행에 감동했다는 이유로 대가 없이 도와준다니,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계약은요? 영혼은?”

 쓸 데도 없는데 그걸 왜 받아?”

 

 힘의 원천이기 때문에? 전설에 따르면 그랬다. 그러나 로버트의 이야기 속 에디키어는 알하이그의 영혼 없이도 강력한 화염 마법을 부렸으니, 쓸 데가 없다는 말은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면 오히려 더 말이 안 됐다. 그러면 자기보다 한참 약한 인간을 섬기는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영혼 때문이 아니면 왜 인간에게 복종하는 건데요?”

 

 로버트는 이야기를 계속해나가는 것으로 질문에 답했다.

 

 알하이그도 너와 같은 의문이 들었어. 그땐 경황이 없어서 덮어놓고 믿기로 했다만, 옥좌에 앉아 찬찬히 생각해 보니까 이상한 거야. 굳이 인간을 섬기려 하는 저의를 도무지 모르겠는 거지. 그래서 직설적으로 물었어. 충성의 대가로 뭘 바라냐고. 그러면서도 터무니없는 걸 요구하지는 않을까 걱정했고.”

 

 아무것도. 저는 그저 전하의 행복을 바랄 뿐입니다.”

 

 돌아온 대답은 알하이그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저 정도의 헌신은 보기 쉽지 않잖아. 그런데 자기보다 열등한 존재에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어.

 알하이그가 여전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에디키어는 풀어서 설명했어.”

 

 전하, 보셨다시피, 제게 권력을 손에 넣는 일이란 무척이나 쉬운 일입니다. 원한다면 언제든 힘으로 취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게 비단 권력에 한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한한 힘과 불사의 몸을 가진 저에게 난관이란 없고, 그렇기에 무엇을 이루건 성취감이 없습니다. 기쁨 또한 느끼지 못하고요.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한가지,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마음만큼은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저조차도 타인의 감정과 의지는 지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하께서 저로 인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것만큼 제게 성취감과 기쁨을 주는 일이 없기에.

 또한, 이런 저일지라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는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경험이 있으시겠지요. 친구나 가족, 연인의 행복을 통해 기쁨을 느껴본 적이.”

 

 듣기에는 그럴싸했다. 그러나 에디키어의 행적을 알고 있는 엘케인에게는 입에 발린 소리일 뿐. 역시 전설대로 영혼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가 보인 이타성은 위선에 지나지 않으리라.

 

 솔직히,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 하지만 마지막 문장만큼은 마음에 와닿았어. 그 속뜻도. 알하이그는 말했어. ‘친구여, 그대를 의심한 것을 사과하오.’ 에디키어는 미소로 응답했고.”

 

 여기까지는 훈훈한 이야기지? 하지만 이 뒤는 너도 들은 바가 있어 알 거야.”

 결국엔 배신당하죠? 알하이그를 살아있는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던데.”

 

 이것이 서녘의 황제, 라스 알하이그의 비참한 말로였다.

 

 이제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를 말해줄게.”

 

 영주를 죽이고 빈 옥좌를 차지한 거까지는 좋았어.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지. 알하이그에게는 정통성이 없었거든. 가신들은 그를 영주로 인정하지 않았어. 자기 힘으로 이뤄낸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에디키어를 영주로 모신다? 괴물을? 그건 더더욱 싫었지. 일부는 군말 없이 떠났고, 일부는 반기를 들었어. 또 한 번 성에 피바람이 불었지. 아니지, 잿가루가 날렸다고 하는 편이 좋으려나? 다 타죽었으니까.”


 에디키어와 알하이그를 인정하지 않은 건 다른 영주들도 마찬가지였어. 그들은 에디키어를 사악한 마물로, 알하이그는 마물의 꼭두각시로 몰았고, 그걸 명분 삼아 침략해왔어. 자기방어를 위해서는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지. 에디키어의 힘은 그 정도로 압도적이었거든. 승리에는 전리품이 따르기 마련. 한 해가 가기도 전에 알하이그는 여섯 개의 영지를 손에 넣었는데, 스스로를 왕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을 규모였지. 그래, 그는 마침내 소원을 이루고 왕이 된 거야.”

 

 하지만 기쁘기는 커녕 허무하기만 했지. 모든 게 너무 쉬웠기 때문에.

 이십여 년을 아등바등해도 이룰 수 없었던 꿈이었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범재와 천재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까마득한지 깨닫게만 될 뿐. 그런데 그 아득한 절망감이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거야. 고귀한 혈통의 계승자도 타고난 재능의 찬탈자도 에디키어의 앞에서는 무력했으니. ‘그들보다도 못한 나는 하찮은 벌레와도 마찬가지요, 그동안의 노력은 굼벵이의 제자리걸음과도 다름없는 꿈틀거림이었다.’라고, 끝내는 인정해 버렸지.”


===========

다음화:읽어조조조 조조조 조조조

거마어

7
신고
후추추추【킹】
별말씀을
RE 0
12/04 00:59
기본티【두목】
오.. 재밋따
RE 0
12/05 23:31
기본티【두목】
아니 근데 닉이ㅋㅋㅋㄱㅋㄱ
RE 0
12/05 23:32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이미지 첨부
이모티콘
컬러선택 
창작
전체 그림 그림낙서 툰toon 닉짤 소설&시
포토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그림] 500m 철봉에서 파쿠르를 하는 하코스 밸즈 +4
로그그그 01/23 조회 389 댓글 4 47
로그그그 01/23 389 47
[그림] 다리 그림 낙서 +9
여왕님 01/23 조회 149 댓글 9 31
여왕님 01/23 149 31
[그림] 수염이 갖고싶던 체리노 +2
코없는코끼리 01/22 조회 420 댓글 2 39
코없는코끼리 01/22 420 39
[그림] [후방주의] 여자 탈의실에 들어온 변태 금발 양아치에게 플라잉 니킥을 날린 가울 구라 +2
로그그그 01/21 조회 210 댓글 2 25
로그그그 01/21 210 25
[그림] 뽀삐망치 +1
악마새끼 01/20 조회 67 댓글 1 15
악마새끼 01/20 67 15
[그림] 그린것들 +2
닉네임뭐로짓지 01/20 조회 69 댓글 2 15
닉네임뭐로짓지 01/20 69 15
[그림] 앙마가 +2
로도스 01/19 조회 89 댓글 2 20
로도스 01/19 89 20
[그림] 생일 케이크로 A4용지 한 면 채우기 +5
슨무게이 01/19 조회 133 댓글 5 6
슨무게이 01/19 133 6
[그림] 웃순이 대회 참가 +1
닉네임뭐로짓지 01/17 조회 434 댓글 1 50
닉네임뭐로짓지 01/17 434 50
[그림] 웃순이) 미안하다 내가 졌다 +4
가슴중독자 01/17 조회 467 댓글 4 44
가슴중독자 01/17 467 44
[그림] 손그림 낙서 +4
닉네임뭐로짓지 01/17 조회 86 댓글 4 14
닉네임뭐로짓지 01/17 86 14
[소설&시] 대충 글 6개 묶음집 +1
슨무게이 01/16 조회 74 댓글 1 12
슨무게이 01/16 74 12
[그림] 블루아카 치세치세 +3
Doll팔이 01/16 조회 150 댓글 3 17
Doll팔이 01/16 150 17
[그림] 도트 +1
닉네임뭐로짓지 01/16 조회 73 댓글 1 9
닉네임뭐로짓지 01/16 73 9
[그림] 웃순이대회 개처럼 멸망 +5
임신계정 01/16 조회 298 댓글 5 38
임신계정 01/16 298 38
[그림] 잉잉헹잉
로도스 01/16 조회 92 댓글 0 9
로도스 01/16 92 9
[소설&시] 짧은 산문) 인생의 후회와 그리움에 대해. +1
희망맨 01/15 조회 56 댓글 1 8
희망맨 01/15 56 8
[그림] 프리코네 성사렌 & 성키노 +16
당근을섭취 01/14 조회 383 댓글 16 44
당근을섭취 01/14 383 44
[그림] 복쿠 +2
로그그그 01/14 조회 100 댓글 2 18
로그그그 01/14 100 18
[그림] 오늘에 개인정비 픽셀아트 ㅡ 몰?루 체리노 픽업 기원용 짤 +2
코없는코끼리 01/12 조회 132 댓글 2 25
코없는코끼리 01/12 132 25
검색
글제목
신고 사유
신고
닫기
유배 회원
유배 사유
유배 기간
유배
닫기
게시글 ID
이동할 게시판
사유
이동
닫기
받는 회원(닉네임)
쪽지 내용
보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