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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실습 - 8.
포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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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3 추천 6 11/16 12:12


민성의 말과는 다르게 거래를 아무리 하고 시간이 흘러도 승현의 속은 괜찮아지지 않았다. 일주일도 안 되는 동안 13g의 마약을 더 팔았다. 455만 원이라는 금액이 승현의 계좌에 찍혔지만, 그 돈을 아직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하였다.

 

난 간다.”

 

민성의 말에 정신을 차린 승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성은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황 선생은 그런 민성을 보고는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민성은 황 선생에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여 보이곤 동아리방을 나갔다.

 

1시간가량의 동아리 시간. 사실 그 시간 동안 할 것은 딱히 없었다. 황 선생도 무엇인가를 시키지는 않았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소설만 읽고 있었다.

 

동아리방의 분위기는 매우 고요하고 편안했다. 승현은 노트를 펼쳤다. 지금껏 그가 마약을 거래하며 벌어온 돈과 살아가며 필요한 돈에 대해 가득 적혀있었다.

 

월세 60만 원.

생활비 50만 원.

휴대전화비 6만 원.

 

당장 승현이 매달 사용해야 하는 금액이다. 가끔은 승현의 아버지가 음식을 사 오는 등 하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삼시 세끼 챙겨 먹어가며 살기엔 너무 부족했다. 분명 나가서 일용직이라도 한다면 돈을 벌긴 할 텐데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승현은 의문이었다.

 

아르바이트 월급 109.1만 원.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버는 돈이었다. 한 달에 써야 하는 금액에 비해 조금 모자란 비용. 지금까지는 생활비를 줄여오는 등 메꿔왔었다.

 

일주일 동안 거래비 455만 원.

 

이대로만 판매한다면 한 달에 1800만 원은 넘는 돈이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익이 아닌 것을 고려해야 했다.

 

승현이 한참 고민하던 중 황 선생이 승현을 불렀다. 승현은 서둘러 노트를 덮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황 선생은 말없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동아리방을 나갔다. 승현은 긴장되었지만 그런 그를 그냥 따라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승현이 황 선생을 따라가 교무실 문을 닫자, 황 선생은 의자를 가리켰다. 승현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자신을 불렀을까. 혹시 노트의 내용을 보았을까. 숨겨야 한다. 감정을 숨겨야 한다. 승현은 생각하며 혹여나 심장박동이 황 선생에게 들릴까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래, 혹시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어?”

 

황 선생의 질문에 승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나 긴장하는 모습이 들킬까 봐 말조차 할 수 없는 승현이었다. 그런 승현의 모습에 황 선생은 짐짓 팔짱을 끼더니 낮게 숨을 뱉었다.

 

민성이랑은 잘 지내? 민성이가 제일 친한 거 같던데.”

 

승현에게 황 선생의 말은 마치 자신을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승현은 자신의 걱정일 뿐이라 생각하며 다시금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혹시 다른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고? 선생님이 듣기로는.”

 

황 선생이 이전에 있었던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승현에겐 들리지 않았다. 점점 커지는 심장박동이 황 선생의 목소리를 집어삼키기 충분할 정도로 커진 탓이다. 황 선생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승현이 아무리 집중해도 그의 꿈틀거리는 입 모양만 흠칫 보일 뿐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 그래. 선생님이 괜한 말을 했구나.”

 

아무 말도 못 하고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승현의 모습에 황 선생은 본인의 생각이 옳다는 듯 말했다. 황 선생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한참 황 선생이 고민하는 모습이 승현의 눈에는 더욱 무섭게 비췄다.

 

혹시 선생님께 부탁하고 싶은 건 없고? 왕따 주동자들을 혼내준다거나물론 너 이야기는 모르게.”

 

승현의 몸이 긴장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일까. 승현은 이제야 황 선생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론 말을 알아들었을 뿐이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죄송한데, 무슨 말을

 

승현이 말을 흐리자, 황 선생이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한 뒤에야 승현은 민성이 이전에 해준 말을 떠올리고는 황 선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저 왕따 아닌데요.”

괜찮아. 다 알고 있으니까. 그냥 조금 못되게 구는 애들만 말해주면

아뇨. 저 진짜 왕따 같은 거 안 당하고 있는데

 

승현의 말에 황 선생은 승현만큼이나 당황스러웠다. 황 선생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승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왕따 같은 건 아니고.”

 

승현이 입을 열긴 했으나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오해를 풀 수 있을까. 만약 민성의 말대로 가정상황에 대해 솔직히 말한다면 오해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승현의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다. 승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왕따를 당한다고 오해받는 것만큼 가정상황이 안 좋다고 알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황 선생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 승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승현은 이내 결심한 듯 한숨을 쉬곤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가 집을 나갔는데요.”

? 언제?”

작년에요.”

왜 말 안 했어.”

 

승현이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이 동정에 가득 차길 원치 않았다. 지금 이 말을 하는 순간 비추는 황 선생의 눈처럼 말이다. 실수했다는 듯 승현은 고개를 저었지만, 황 선생은 그런 승현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승현이 신경질적으로 손을 내쳤음에도 황 선생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서. 너도 아르바이트하는 거야? 아버지는 뭐하시고.”

 

황 선생은 호의를 가득 담은 목소리로 말해왔지만, 승현에겐 아니었다. 승현에겐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짜증을 돋구는 것이었다. 승현은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하던 황 선생에겐 그저 안쓰러운 이야기로만 들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민성이가. 그래, 잘 알았어.”

 

황 선생은 잠깐 생각해 보이는 듯하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엇을 알겠다는 것일까. 승현은 궁금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해오는 이 모든일은 그저 평범해지기 위해서다. 평범해지기 위해 그 일부를 포기해가며 나를 꾸미기 위해서이다. 승현은 생각했다.

 

승현은 민성과 매우 비슷한 가정형편이었으나, 민성과는 달랐다. 민성은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를 붙잡는 편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절대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황 선생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승현은 스스로 책망하면서도 분노했다.

 

가봐도 됩니까?”

 

매우 신경질적인 말투. 승현의 말에 황 선생은 놀란 눈치이다. 하지만 황 선생은 자신이 과했음을 인정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승현이 가정형편에 관해 이야기를 안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테다. 그 나잇대엔 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데 과한 거부감정을 갖는다. 황 선생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승현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 없이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씨발, 씨발!”

 

승현이 참아왔던 울분이 그의 목을 통해 퍼졌다. 이런 상황이 싫었다. 가면을 쓴 위선자들의 앞에 맨몸뚱이로 던져져 모든 치부와 약점을 샅샅이 보이는 이 느낌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돈만 있으면, 이 좆같은 돈만 있으면! 승현의 분노가 차오를수록 머릿속 울림은 선명해져 갔다. 승현은 학교를 박차고 나가 민성에게 연락했다.

 

뭐야. 벌써 끝났ㄴ

너 약 얼마나 남았어.”

 

전화를 받은 민성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승현이 말했다.

 

? 37g갑자기 그건 왜.”

 

민성의 답에 승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37g이다. 1그램당 70만 원에 판매하고 수익의 반이 승현의 몫이다. 그렇다면 남은 37g을 전부 팔면 2590만 원. 반으로 나누면 약 1300만 원의 돈이다. 언제 다 팔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 1300만 원이라는 돈은 큰돈이다. 승현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현은 만족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치욕과 치부를 씻어내기엔 모자라다. 한참은 모자란 양이다. 승현은 더욱 큰돈에 욕심이 생겼다.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대마초든 필로폰이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팔아서 더 빨리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했다.

 

승현은 그렇게 번 돈을 어딘가에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그저 더 큰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승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온갖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마약을 제조하는 방법에서 밀수하는 방법. 거래되는 각종 마약과 은어들, 가격까지.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에선 수많은 정보가 퍼져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정보에 접근하기엔 어려웠다.

 

너 마약 어디서 받아와.’

 

승현은 민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았을 민성이 아무런 말이 없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성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 학교 때려치울 거야. 이제 돈 버는 데에 집중할 거고. 너보고 같이 그만두자는 건 아니니까, 구매자 연락처 넘겨.’

 

승현이 민성에게 마저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읽음 표시가 곧바로 생기는 것을 보니 민성은 계속 승현의 문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연락처는 알려주기 힘들고, 내가 이야기해볼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민성의 답장을 본 승현은 민성에게 온갖 욕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지 못할 거면 손 떼라는 민성의 말을 기억하곤 한숨을 푹 내쉬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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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농히농해【수작업】
딜러로 성장!
RE 0
11/17 12:17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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