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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제비 - #01. 숲속의 주인 (1)
하얀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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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4 추천 6 10/21 21:50

#0 숲속의 주인 - 1

001

"여긴 대체 여관 이름이 왜 이럴까요 게롤트?"

"처음 여관을 세운 사람은 머리가 피스텍에 찌들기라도 한 사람이었는지, 정말로 자기랑 비슷한 녀석들과 끼리끼리 시시덕거리면서 저런 이름을 붙인 게 맞지만 그 사람은 술을 팔기보다는 술을 마시는 쪽이어서 얼마 못 가 일찍 죽었단다."

"정말요?"

"그럼. 하지만 투생에 살다가 가게를 물려받으러 올라온 그의 친척이 푸아그라 요리를 만들어 내놓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노비그라드뿐만 아니라 옥센푸르트 사람들과 폰타르 강 건너편 동쪽의 영지 귀족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먹을 정도로 명물이 됐지. 한 번 들으면 잊혀지기 쉽지 않은 이름이기도 하고... 이참에 너도 한 번 먹어보는 게 어떻겠니 시리?"

"저는 됐어요.. 어렸을 때 연회에서 여러 번 먹어봤는데 제 입에는 안 맞아요. 그래도 이번 의뢰인이 푸아그라를 사먹어도 될 정도로 보수를 후하게 챙겨준다면.. 그때는 생각해 볼게요."

 

게롤트와 시리가 근처를 오가던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공고의 의뢰인을 찾은 곳은 '거위의 X'라는, 듣기만 해도 무언가 희한한 이름의 여관이었다. '거위의 보X'는 이 근방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벨렌 땅의 몇몇 마을(오어튼이 대표적이다.)들처럼 둠벙을 끼고 있었는데, 물가에 말뚝을 세우고 부교를 올려서 그 위에 만든 건물이었다.

 

"당신이 브리안 허쉬인가? 마을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고 찾아왔소.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 제대로 찾아왔네 위쳐 양반. 아니, 위쳐 양반들..이라고 해야 하나? 칼을 두 자루 맨 걸 보니 위쳐 같기는 한데 이날입때껏 위쳐일 하는 여자는 처음 보는군 그래.. 그런데 둘 중에 어느 분이 의뢰를 맡는 거요?"

"둘이서 함께 일을 처리하지."

"아하.. 그러고 보니 머리 색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도 묘하게 닮았는데 아마 딸내미인가 보구만?"

", 맞아요."

 

브리안 허쉬라 불린 하플링 사내는 시리와 게롤트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을 이었다.

 

"우선 좀 앉게. 얘기를 하자면 좀 길어지는데... 내가 여태껏 이러저러한 일들을 해오다 보니 어느새 노비그라드 변두리에 있는 숲의 벌채권을 가지게 됐단 말이지. 그 숲이 사람들이나 수레가 다니는 주도로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는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폰타르 강 하구와는 퍽 가깝다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목재라는 게 육로로 실어 나르느니 배에 싣든지 아니면 차라리 뗏목으로 엮어서 물에 띄우든지 해서 조선소나 항구까지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런데..."

", 잘 된 일이네요. 그런데 통나무 뗏목말고 괴물 얘기를 먼저 들려주면 좋겠어요."

"끝까지 들어 보게나 위쳐 아가씨. 다 관련이 있으니까... 아무튼 나는 내가 앞전에서 뛸 일도 없이 나무꾼들이나 좀 구해다가 일을 시키고 돈이나 나눠가지면 그만일거라 생각하고 그 숲의 벌채권을 경매에서 사들인 거였는데, 글쎄 보내는 일꾼들마다 다 나에게 와서 숲에 귀신이 씌었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배짱 두둑한 드워프 친구들을 구해다 보냈더니 그 치들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

 난 처음에 그 자식들도 게으름을 부리느라 내게 거짓말을 씨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이 친구들이 일을 하러 깊은 숲에 갔다가 다 죽고 한 명만 돌아왔어. 그래서 필경사를 시켜서 공고를 써붙였지."

 

게롤트와 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우리가 당신 벌목장을 살펴보지.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시오. 그리고 그 날 혼자 돌아왔던 벌목꾼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그 친구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여기 숲의 지도일세. 여기서 노비그라드 파코너 쪽에 마을 어귀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풍차가 보이고 거기서 길이 갈라질 텐데, 이쯤에서 북쪽 길로 강변까지 가다가 다시 서쪽으로 꺾으면 내 벌목장이 나오네. 그 드워프 친구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저 안쪽 테이블에 있지. 이름이 루이 클러스터인데, 제 친구들을 기린다면서 가진 돈을 다 털어서 며칠째 진탕 마시고 있지."

"친절히 알려주어 고맙소, 허쉬 선생. 그런데 당신 말을 들어보니 살펴봐야 할 곳은 한 두 군데가 아닌데, 일을 착수하기엔 아무래도 의뢰금이 모자란 듯하오.. 어쩌면 당신네 숲 전체를 뒤져야 할지도 모르고."

"아하.. 나도 무슨 말인지 알겠네. 거기다 사람이 둘이니까.. 그런데 당신 이름이.."

"할 말은 다 해놓고 이름은 이제야 묻는군요? 이쪽은 게롤트에요."

"게롤트? 당신이 그 리비아의 게롤트란 말이오?.. 그럼 블라비켄의 ㄷ.."

 

게롤트는 드물게도 인상을 찌뿌리며 말을 끊었다.

 

"리비아의 게롤트면 족하오."

".. ... 그렇지. 알겠소 게롤트 선생. 마스터 단델라이온과 프리실라의 발라드에서나 들었던 사람을 실제로 보는구려.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오."

"정중한 인사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 그래도 270크라운은 너무 적소. 320크라운쯤 합시다."

"...그럽시다. 대신에 정말 확실히 처리해 주시오. 물론 당신의 이름값이 헛된 게 아니라면 당연히 그리 하겠지만."

 

시리와 게롤트는 사람들 틈새를 지나 가게 안쪽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드워프에게로 향했다.

 

"어서와 여행자 친구들! 일단 나랑 같이 한 잔 마시자고, 씨발거. 죽은 내 불알친구들을 위해서 나랑 같이 마시잔 말이야."

"허쉬에게 사정은 들었어요. 일을 처리해 달라고 우리를 고용했죠. 괴물에 대한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요.."

"그 씨버럴 좆팔새끼가? 우린 다 말했어. 몇 번이나 말했다고. 하지만 허쉬는 귀에 좆이라도 박혔는지 도통 믿으려 들지를 않더군."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말해주면 좋겠소."

 

허쉬 밑에서 벌목꾼 일을 하던 드워프들은 모두 세 명이라고 했다. 해질녘에 하루 일을 다 마치고 베어낸 통나무를 수레로 옮기고 있던 그들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그들을 덮쳤다는 것이다.

 

"한 녀석이 내게 오두막에 가서 빨리 쇠뇌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더군. 하지만 내가 뛰어갔다 돌아오니 그 놈들이 모두 짓이겨져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곤죽이 되어 버렸던 거라고..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엿같은 괴물새끼.. 하지만 난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부탁이니 그 괴물새끼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꼭 세게 쳐발라달라고, 위쳐 양반들... 나와 내 친구들 몫까지 해서 다섯 토막을 내버려..."

 

목구멍까지 취기가 오른 루이 클러스터의 한맺힌 넋두리는 울다가 웃다가 온갖 쌍욕과 저주를 퍼부어대는 통에 한참만에야 끝났지만 결국 살아 돌아온 그 조차도 괴물의 정체를 정확히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쉽지 않네요.."

"늘상 있는 일이지."

"그래도 뭔가 힘세고 커다란 놈이라는 건 알았네요. 그치만 노비그라드 같은 대도시 코앞에 그런 큰 괴물이 있다니 좀 의외에요."

"큰 도시가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성벽이 들어서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둘러싸게 된 후부터는 사람들이 괴물들을 직접 마주칠 일이 줄어들다보니 괴물들이 거의 없어졌다고들 생각하겠지만 벨렌같은 무인지대나 황조롱이 산맥, 푸른 산맥 같은 곳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에서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외곽에서도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괴물들의 소굴을 찾을 수 있지. 사람들은 엘프를 밀어냈듯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글쎄.."

"베스미어가 그랬어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괴물이 훨씬 많이 돌아다녔다고요."

"그랬단다. 하지만 위쳐들이, 또 사람들이 괴물들을 죽이고 그 살아가던 땅에 마을을 세우고, 도시를 만들면서 이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게 되었을 뿐이야."

 

둘은 간단한 끼니거리를 갈무리하여 여관 뒤편 마구간에서 다시 말 위에 올라 허쉬가 말했던 풍차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그려진 궨트 카드를 이 근처에서 얻었다고요?"

"스코이아텔 녀석들이 숨어있는 은신처가 있어. 사실 은신처라기엔 그 자리에 눌어붙은 지도 한참 됐지. 거기에 엘프 장사꾼이 하나 있는데, 장사보다도 궨트에 더 열심이야. 당장 걸 돈은 없는데 손은 근질대고, 돈 대신 카드를 걸겠다길래 녀석을 이기고 따냈지."

", 그래서요? 돈은 얼마나 쓰셨나요?"

"글쎄? 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 했지. 그런데 그 얘기는 대체 누구한테 들은 거니? 아니다.. 당연히 단델라이언이겠지."

", 정확히 말하면 졸탄 아저씨랑 얘기하는 걸 제가 엿들었죠. 그런데 전에 마법사들이 트리스와 함께 코비어 쪽으로 탈출한 뒤로는 마녀사냥꾼들이 비인간 종족들을 탄압한다고 들었어요. 은신처로 삼기에 이 숲은 너무 위험한 곳 아닌가요?"

"라도비드가 필리파의 손에 죽은 뒤로는 놈들도 예전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지는 못해. 패악질을 벌여도 눈감아 줄 든든한 뒷배가 없어졌으니까. 험멜파트 주교도 닐프가드한테 괜한 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을테니 몸을 사릴 테고. 그리고 모자에 다람쥐 꼬리만 떼면 누가 스코이아텔인 줄 알아보겠어?"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노비그라드에서 너무 가깝지 않아요?"

"사람들은 사냥꾼들이 야영지를 차려 놓으면 짐승들은 그걸 피해서 더 멀찍이 숨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야영지 주변 으슥한 곳에 외려 더 많이들 숨어있지. 기억해 두렴"

"아하.. 이제 알겠어요. 게다가 만약 은신처를 들킨다고 해도 숲의 그늘 속으로 숨으면 그뿐이겠네요. 숲속에 숨은 엘프나 드워프들을 무슨 수로 찾겠어요?"

"그렇지. 그리고 숲은 아직 인간의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도착한 풍차가 있는 야트막한 언덕은 루시안이라는 어느 귀족이 소유한 땅이라고 했다. 그 곳은 방아를 찧으러 온 사람들과 양치기들이 모여서 아예 작은 마을이 들어서 있었는데, 노비그라드를 오고가는 행상인과 여행자들은 물론 지난 전쟁 때 벨렌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의 천막들까지 울타리 바깥에 더해져 꽤나 북적였다.

 

"여기서 북쪽 길이라고 했지?"

"맞아요. 그런데 어째 사람들이 좀 소란스러워 보이는걸요."

"시리, 우린 지금 의뢰를 받고 일을 하는 중이란다?"

"맞아요. 이것도 우리 일이죠. 우리가 찾는 괴물이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들여다 봐야죠."

", .. 알겠습니다 아가씨."

"아휴, .."

 

그들에게 다가가 청취한 사정은 이러했다. 구릉을 끼고 양을 놓아 먹이는 목동 형제는 각각 13마리, 9마리의 양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식구들과 양털을 깎고 젖을 받는 사이에 양이 한 마리 없어졌다는 것이다.

 

"저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잡놈들이 한 짓이 맞다니까? 비루하고 염치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우리도 없는 처지에 그래도 피차 가엾다고 살 터전을 비워주고 이것저것 도와줬더니 이젠 하다하다 우리 양까지 손을 대? 이 흑종 놈이랑 붙어먹을 개자식들아!"

"아니 왜 생사람을 잡고 그러나?! 그리고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왜 흑종 놈들을 가져다 붙이느냔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여기 머무는 게 영주님이 허락한 덕이지 어디 당신네들 덕인가? 돼지밥으로도 안 쓸 양젖 찌꺼기랑 밀기울을 꾸어줘 놓고선 나중에 우리가 힘들여 밭을 일궈서 거둘 때가 되니까 알곡으로 받아가는 도둑놈 심보를 부리니 죄를 받은 게지."

"그걸 어디 우리가 받아 챙겼나? 전부·····"

 

알기 쉬운 이야기였다. 갈등이 있는 곳에는 보통 그럴만한 이유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 탓할 이유라는 것이 온전히 한쪽에만 달려 있으란 법은 없으니, 제삼자 입장에서는 그저 곤란하고 안쓰럽기까지 할 뿐이다. 하지만 저쪽에서 튀던 불똥이 예상치 못하게 날아들면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질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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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할겸 위쳐3 본편 엔딩 이후로 게롤트랑 시리가 같이 다니면서 겪는 부가퀘스트나 위쳐 의뢰, DLC내용 같은거로 써보고 있어요.

소설사이트에도 올렸는데 거기 올린 1부 제목은 숲의 주인임.. 근데 위트에는 '숲속의 주인'이라고 올리겠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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