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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이비어(The Savior) - 7화 : 누구나 떠올리기 싫은 게 있다. (3)
빵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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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 추천 6 09/15 10:04


세호가 학교를 마치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고 양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소녀였다. 어떤 소녀가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아파트 건물 입구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빛바랜 파카로 몸을 감싼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든 말든 아파트 입구 탐색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사족으로, 세호는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어제 인트루더가 침공했을 때 자신을 지켜주었던 은발 소녀였다.

 

.”

 

세호가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자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투명한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나 알겠어? 어제도 이 옷 입었는데.”

 

세호는 양손으로 자신이 입은 교복을 보여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그를 바라보던 소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뭐 해?”

동전.”

 

소녀가 짧고 굵게 대답하며 파카 주머니에서 먼지투성이 100원 짜리 동전을 꺼내보이자 세호는 어제 그녀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어제 떡볶이 사 먹을 돈도 주워서 모은 것이었다.

 

안쓰럽다. 웬만한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느낌 감정이 아닐까. 세호는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주위를 곁눈질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또래 정도 되는 학생 무리가 저만치서 자신과 소녀를 곁눈질하면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 소녀의 모습은 상당히 눈에 띄는 모습이었고, 이 현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세호는 건물 입구를 가리키며 소녀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

 

세호가 소녀의 손을 붙잡자 그녀는 아주 조금이지만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자신의 손을 잡은 이 소년에게 적의나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그를 따라 소년의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온 세호는 근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 아주 오래되고 구리구리한 냄새를 말이다.

 

어우, 냄새.......”

 

그는 헛구역질을 하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안에서 풍겨오는 냄새의 정체는 소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 너 샤워부터 해라.”

 

세호는 참을 수 없었는지 다급한 어조로 소녀에게 욕실을 가리켰고 소녀는 세호의 말을 이해한 것인지 그 자리에서 항상 입고 다니던 파카를 벗었다. 때투성이 파카가 스르륵하고 바닥에 떨어졌을 땐 소녀의 반라의 몸이 드러났고, 오직 빛바랜 검은색 하이레그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속옷만이 그녀의 가녀린 몸의 중요 부위만을 가리고 있었다. 세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황급히 눈을 돌렸다.

 

, 얼른 씻고 와. 다 씻으면 옷 줄 테니까 그거로 갈아입고.”

 

소녀는 자신의 맨몸을 보이는 것에 아무런 수치도 느끼지 못했는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속옷도 그 자리에서 벗어 마저 벗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계속 이곳저곳을 떠도느라 집다운 집에서 생활한 기억조차 없는 소녀였지만 샤워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는지 샤워기의 밸브를 올렸고, 이윽고 샤워기가 온수를 뿜어내 그녀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

 

온수의 포근한 감각 때문에 소녀의 입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방금 자신의 손을 잡은 소년의 손도 이런 온기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소녀는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수에 몸을 맡긴 채 씻기 시작했다.

 

한편 세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거실 소파에 앉았다.

 

심장 멎을 뻔했네, 진짜.......”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은발과 선이 가늘고 가녀린 체형, 그리고 오직 앞만을 응시하는 호박처럼 빛나는 눈동자.

 

방금 그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자니 어째서인지 폭주하는 기관차 엔진마냥 가슴이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 그는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가로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입었던 파카와 속옷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 2스푼을 뿌리고 세탁기를 작동시킨 뒤 옷장에서 자신의 티셔츠를 꺼내 욕실 문 앞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곧장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계란과 대파를 꺼냈다.

 

세호는 식칼로 능숙하게 파를 잘게 썬 뒤 계란을 깨 커다란 대접에 담아 노른자를 풀었고, 거기다가 남은 밥과 약간의 소금을 넣고 주걱으로 골고루 버무렸다. 그리고 볶음용 팬에 식용유를 둘러 전원을 켜 식용유를 달군 뒤, 방금 썬 파를 볶음용 팬에 넣었다. 지글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 조각들이 식용유와 함께 춤을 추며 파 특유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하자, 세호는 거기다가 달걀에 잘 버무린 밥을 투하해 볶기 시작했다. 그 때 은발머리 소녀가 샤워를 마쳤는지 욕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 씻었어? 그러면 수건으로 닦고 거기 있는 티셔츠 입어.”

 

세호가 소녀에게 말하자 욕실 앞에 둔 티셔츠 한 장만을 걸친 소녀가 다가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때투성이였던 그녀의 피부가 아주 말끔하게 씻겨나간 덕분에 그녀의 신비한 인상이 더욱 눈에 띄는 것 같았다.

 

, 먹어.”

 

볶음밥이 완성되자 세호는 주걱으로 샛노란 계란과 함께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볶음밥을 접시에 수북하게 담고 김치, 그리고 수저와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수저를 받은 소녀는 킁킁거리며 황금빛으로 볶음밥의 냄새를 맡았다. 참기름으로 볶은 고소한 향기와 파 특유의 향긋한 향기가 어우러져 그녀의 코를 찌르자 소녀는 수저로 허겁지겁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보여주었던 고요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하곤 정반대라 완전 깨는 모습이었지만 소녀는 그런 건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볶음밥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소녀는 먹이를 포착한 맹수 같은 기세로 볶음밥을 깨끗하게 먹어 치운 뒤 세호가 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따뜻한 기운이 배 속으로부터 온몸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는지 그녀는 만족스러운 눈빛을 한 채 한숨을 쉬었다.

 

후아.......”

너 엄청 잘 먹는다.”

 

세탁이 끝난 소녀의 파카와 속옷을 건조기에 넣고 식탁으로 돌아온 세호는 감탄을 숨기질 못하고 있었다. 자기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호는 내심 기뻤다. 어딘가 기묘한 구석이 있었지만 이렇게 보면 평범하게 맛있는 걸 좋아하는 소녀 같았다.

 

네가 만난 그 이형력자는 사실 며칠 전에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을 공격한 혐의로 수배 중인 이형력자야.

 

세호의 머릿속에서 어제 만난 민지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호는 지금 살인 미수죄로 쫓기는 범죄자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고 그녀를 집에 들인 세호 역시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세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쫓기고 있었다면서?”

 

소녀가 말없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녀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만난 세이비어들한테 들었어. 근데 뭔가 이상해서. 이것 봐.”

 

세호는 스마트폰으로 어제 현모가 보여준 소녀에 대한 기사를 찾아 그녀에게 읽어주었다. 은발 머리의 소녀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해 부상을 입혔고 세이비어들이 신고를 받고 도착하자 도망쳤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소녀는 여전히 침묵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네가 공격한 게 아니지?”

나는... 괴물과 싸웠다.”

 

세호의 질문에 마침내 그녀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괴물? 인트루더 말이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호는 그 기사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어제 인트루더가 나타났을 때 소녀는 당연하다는 듯 이형력으로 만든 검으로 싸웠지만, 며칠 전 사고 피해자들은 칼이 아닌 짐승의 발톱 같은 것에 의해 자상을 입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짐승의 발톱에 의한 상처는 날붙이에 의한 상처에 비해 좀 더 굵고 단면이 거칠다. , 그녀가 며칠 전 사고의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네가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잖아?”

아무 소용없어.”

 

세호의 질문에 소녀는 딱 잘라 말했다.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세호는 침묵했지만 다시 한 번 물었다.

 

사실대로 말한다면.......”

믿어주지 않아.”

 

세호만을 바라보며 딱 잘라 대답하는 소녀의 어조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측은함이 느껴졌다.

 

분명 소녀와 세호는 어제 막 만난 사이였다. 하지만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적대 당하고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세호는 어째서인지 어린 시절의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때의 세호에게는 엄마와 누나가 곁에서 편을 들어주었지만 지금 소녀는 어떠한가? 누구 하나 편들어주는 사람 없이 고독하게 쫓겨 다니는 신세였다. 자신도 다른 누군가의 편이 되어줄 수 있을까? 세호는 생각했다.

 

그 때, 건조기에서 경쾌한 신호음이 들려오자 세호는 세탁기 쪽으로 걸어가 소녀의 파카와 속옷을 꺼내 소녀에게 건네며 자신의 방을 가리켰다.

안에서 갈아입고 나와. 또 내 앞에서 벗지 말고.”

 

소녀는 세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시키는 대로 그의 방에서 파카로 갈아입고 나와 짧게 말했다.

 

, 다시 간다.”

 지금? 괜찮겠어?”

 

세호가 걱정스레 묻자 그녀는 여전히 무감정한 태도로 대답했다.

 

피해 주고 싶지 않다.”

저기, 잠깐만.”

 

소녀가 현관을 나서려는 것을 지켜보던 세호는 그녀를 불러 그 자리에 세워 목을 한 번 가다듬고 말했다.

 

내 이름은 박세호야. 네 이름은 뭐야?”

 

세호를 가만히 바라보던 소녀의 눈빛이 동그래졌다. 그녀의 기억에는 전혀 없지만 어째선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소년에게서 어째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래.”

 

나래, 참 정겨운 단어구나. 라고 세호는 생각했다. 뭔가 은발 머리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녀에게는 살짝 뜬금없는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세호는 지갑에서 만원 지폐 2장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지금 이것밖에 없거든. 당분간 동전 주우러 다니지 마. 가게에서 물건 사는 건 알고 있지?”

 

나래는 말없이 세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챙겨주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적어도 그의 호의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고맙다.”

 

감사 인사를 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집을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세호는 짐작했다. 은발 머리 소녀, 나래는 사실 죄가 없는 게 아닐까, 라고.

 

지금 자신에겐 그녀의 무고함을 밝힐 물증도, 심증도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세호는 그 피해자들과는 면식도 없는 남이니 직접 병원으로 간다고 해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세호가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 싫은데.......”

 

그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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