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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두명왕(re) - 백귀객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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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 추천 6 06/29 15:40


- 쾅.





우레같은 소리. 무언가 벽에 강하게 맞부딪히는 충돌음이 우렁차게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벽이 허물어지면서 저멀리 날아가는 사내. 사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쯤, 객잔 내에서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경악한 듯 제자리서 굳어버린 살수들 여럿. 그리고 무너진 천장을 통해 내려오는 달빛 아래, 그들을 마주보고 서있는 한 명의 사내. 두광이 부리부리한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뭐하냐, 안들어오고!"








두광이 도발적인 어조로 소리친다. 그가 내뿜는 매서운 살기에 살수들의 발목이 족쇄에 묶인다. 이 무슨 상황인가. 살수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못한다. 방금 전까지 앞에 서있던 동료 하나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주먹을 맞고 현장에서 사라져버린다. 정신을 차렸을 때 쯤에는 등뒤의 벽에 무너져있었고, 저 대머리가 주먹을 내지른 채 서있었을 뿐.








승산이 없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무림에서 지내기를 수 년, 이토록 강한 자는 본 적이 없었다. 내공없이 날붙이를 막아내고, 순수한 맨주먹으로 사람을 저멀리 날려버리는 위력. 나름 뛰어난 살수들이라 자부하던 그들에게 있어서도 그 강함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격이 다르다한들. 살수이기 이전에 무를 연마하는 무인. 어찌 눈앞에 놓인 적을 모른 척하겠는가. 한 번 표적으로 삼은 자, 반드시 처리한다. 살수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은 그들이 숨을 거칠게 내쉰다.








- 꼴깍.








고요한 달밤 아래. 침을 넘기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거친 숨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룰 때 쯤, 삐걱 하고 바닥을 박차는 소리가 울려온다. 그와 동시에 그림자 여럿이 빠르게 날아들어 잿빛 칼날을 휘두른다.

앞장 서있던 세 명이 먼저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가한다. 각자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는 검격. 육안으로 보기에는 동시에 날아오는 듯하였다. 허공에서 춤을 추며 날아드는 검들이 바람을 가르고, 두광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두광에게는 이조차도 우습기 짝이 없다. 인지할 수 없는 미세한 시간 속, 찰나의 순간. 그 순간 속에서 세 명의 검격이 점차 격차를 벌인다. 동시에 공격한다해도, 결국 사람인 이상 반드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노릇. 두광은 이를 인지하고 순서대로 맞서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날아드는 검을 손으로 쳐내 빗겨내고, 두번째로 날아드는 검을 손날로 내리쳐 부러트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날아드는 검을 향해 손을 꼿꼿하게 세운 채로 내지른다.

예리한 검과 손이 맞부딪히는 순간. 일반적으로 이렇게되면 손이 날아가는 상황이 될 것이다. 분명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살수들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그러지 아니하였다. 손끝이 검에 맞닿은 순간, 견고한 칼날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더니, 이내 팅 하고 부러지면서 튕겨날아간다. 두광의 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 살수의 가슴팍을 꿰뚫는다.

쿨럭. 피를 토하며 축 늘어지는 살수. 두광은 자신의 팔에 꿰어진 살수를 짐짝마냥 팔를 휘둘러 내던진다. 그렇게 날아간 시신이 다른 살수들 무리에 부딪힌다. 살수 무리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부딪힌다. 말만한 장정 여럿을 날려버리는 충격에 벽이 무너져내리고, 살수들은 복도로 튕겨날아가 바닥을 나뒹군다.







그들이 다시 일어나 태세를 갖출 겨를도 없이. 두광이 문짝을 부수며 복도로 나와 그들을 매섭게 내려다본다.









"뭣들하나~.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








두광의 고함에 건물이 또 한번 뒤흔들린다. 아, 너무나도 강하다. 터무니없이 강해. 살수들은 절망한다. 강하다한들, 어찌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살수들이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전의가 꺾여버린다.











한편, 아랫층.

건물이 뒤흔들리고, 땅이 우르릉 울린다. 이에 어찌 의문을 표하지 않겠는가. 황소월은 이것이 곧 윗층의 사내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소월은 윗층 상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계단으로 향한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가서 확인해볼게요."








황소월이 점주를 안심시키고는 계단을 타고올라가려한다. 헌데, 점주의 반응은 다소 떨떠름하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미 상황차악은 대충 됬으니 말이죠."








"그게 무슨...?"








그 때, 점주가 소매를 걷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내지르며 공격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간발의 차. 황소월은 고개를 젖혀 이를 피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어찌나 위력적인지 살짝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 뺨에 상처가 벌어져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디.








"헛, 이게 무슨..."







아차. 황소월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재빨리 도약해 계단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하며 태세를 갖춘다. 








"무능한 것들 같으니... 여럿이서 둘을 상대 못하다니. 결국 내가 나서게 하는구나."








"당신... 정체가 뭐야?"









"정식으로 인사하지. 성은 삼, 명은 재화, 자는 일순이라 하여, 무림에서는 백귀나찰이라 불리던 몸이다."








 점주의 손톱이 길게 자라나 칼날을 이루었고, 검은 머리칼이 백발이 되었으며, 동그란 동공이 상하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마에서 한 쌍의 뿔이 돋아났으니, 그 모습은 가히 악귀에 비견되었다.

이 악귀와 같은 용모는 도저히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용모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투귀족' 밖에 없을 것이다. 피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는 악귀같은 종독, 투귀족. 그 이름에 걸맞게 귀신처럼 싸움을 즐긴다하여 민가에서는 예로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황소월을 놀라게한 것은 그 용모 때문이 아니었다.








"백귀나찰이라고...? 설마 내가 아는 그 백귀나찰 말이냐!?"









백귀나찰. 한 때 중원을 정벌하려했던 흑마신교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던 인물로, 천마 휘하 최정예 무인들인 '십이절마' 중 하나로, 무림인으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는 무인이다. 특히 그 잔인함은 흑마신교 내에서도 손꼽힌다하니, 무림 내에서도 절대 만나서는 안될 주요인물 중 하나다.

십이절마, 하나하나가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들을 상대하려면 현 무림 최강이라는 천하십신에 준하는 실력이 있어야할테지.








그런데 그런 백귀나찰이 어때서 이런 변두리에...?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황소월은 내심 절망에 빠진다.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있었다. 눈앞에 서있는 저 악귀는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방도가 없는 강자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 또한 어엿한 무림인. 무의 길을 걷는 자가 어찌 강자를 앞에 두고 꼬리를 말겠는가. 강자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말아야한다. 이는 사부로부터 전수받은 가르침 중 하나이니라.








"너는 5년 전 전쟁에서 죽은게 아니었나?"








"그래, 죽을 뻔했지. 하지만 운이 좋았어. 그 때, 괴명왕의 불꽃에 휘감겨 죽어갈 때. 다행이랄까, 그 녀석은 우리 십이절마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 광기에 홀린 듯 우리 흑마신교의 본성으로 향했었지. 그 놈이 우릴 무시한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놈은 우리 본성에 가서..."









"천마를 죽였겠지."









"그래, 맞아... 그 놈이, 교주님을 죽였다! 중원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대륙을 통치하실 교주님을 죽여버렸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지. 이 변두리 솦 속에서 힘을 회복한 뒤 다시 복수하기로. 그 구역질나는 괴명왕을 즉여버리겠다고 말이야!"









삼재화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소리친다. 그녀가 내뿜는 살기가 뻗어나가 바늘처럼 날아온다. 그 살기를 온몸으로 받은 황소월은 온몸에 구멍이 뚫린 듯한 짜릿함을 느낀다. 살기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격차. 이것이 십이절마인가... 황소월은 긴장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니 혈화선녀 황소월. 얌전히 내 힘의 일부가 되어라! 괴명왕을 죽일 칼날이 되거라!"








삼재화가 칼날손톱을 앞으로 내밀면서 황소월에게 겨눈다. 이에 황소월 역시 자세를 취하며 긴장의 끈을 놓치않았다.







그런데, 눈깜빡할 사이. 삼재화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게 대체...? 황소월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잠영술인가? 아니, 그건 아니다. 그럼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황소월이 당황하여 열심히 눈동자를 굴리는 사이, 등뒤에서 오싹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질풍같은 쾌검이라길레 기대했거늘... 상당히 둔하구나, 혈화선녀."








아차. 뒤늦게 등뒤의 기척을 감지한 황소월. 그녀는 재빨리 뒤로 돌면서 검을 휘두른다. 깡. 검이 삼재화의 칼날손톱에 부딪히며 금속음을 낸다. 흥. 삼재화는 그런 황소월의 공격이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너 이 자식... 내가 황소월이란걸 어떻게 안거야?"









"네 년이 살수들과 싸울 때 유심히 관찰했지. 매화꽃처럼 화려하고 우아한 움직임. 분명 매산파의 매화검법. 그리고 매산파에서 고수 여럿을 상대할 만큼 강한 여걸은 황소월, 너말고 또있던가?"








삼재화가 가볍게 힘을 주어 밀쳐내자 황소월이 뒤로 밀려난다. 밀여나면서 계단 몇 칸 아래로 내려간 황소월. 황소월이 다시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하며 반격을 할려는 찰나, 또다시 삼재화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대체 어디냐. 황소월이 눈동자를 굴리며 움직임을 쫓으려는 순간, 계단 아래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딜 보는거지? 난 여기있다."








뒤늦게 삼재화를 발견한 황소월. 재빨리 뒤로 돌아서는데...

엇? 오른쪽 어깨죽지에서 시뻘건 선혈이 솓구쳐오르는 것이다. 분명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싸움에 임박한 상황인 만큼 신경은 그 어느 때보다 곤두서있을 터. 그런데도 전혀 느끼질 못했다. 분명 미세한 먼지조차도 이보다 선명히 느껴질 텐데...

아아... 그렇구만. 황소월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삼재화가 어찌하여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었는지. 그것은 잠영술같은 기묘한 사술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빠르게 움직였을 뿐. 자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신법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또 빠르게 베어버렸을 뿐. 터무니없는 강함. 너무나도 차이가 크다. 황소월은 절망한다. 십이절마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이렇게나 격차가 난단 말인가.







황소월이 너덜너덜해진 어깨를 부여잡으며 벽에 기대선다. 오른팔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덜렁거렸고, 피가 왈칵 쏟아져 팔를 끈적히 적시고 있었다. 순식간에 중상을 입은 상황. 황소월은 눈앞에 놓인 현실에 입술을 깨문다.








"후후훗, 이 멍청한 년 같으니. 솔직히 네가 살수들을 물리쳤을 때 조마조마했었지. 내 정체가 들키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넌 멍청하게도 날 전혀 의심하지 않더군. 무림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유형이야~."








삼재화의 조롱섞인 말에 황소월은 순간 열이 오른다. 하지만 어깨를 통해 전해지는 쓰라린 고통에 더불어 지나치게 블리해진 현 상황에서 도발에 넘어가봤자 좋을 것은 없다. 삼재화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황소월을 보며 광소를 터트린다. 절세미인이라 불리어도 손색없는 얼굴이 악귀처럼 섬뜩하게 변한다.







"파하하하! 저 나약한 꼴 좀 봐라! 이것이 정녕 그 혈화선녀 황소월이란 말인가?"







""크윽..."







그 때, 황소월은 고통섞인 신음을 내다 이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이에 삼재화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뭐냐, 뭐가 그리 웃기지?"








"후후훗, 보아하니 추리력이 상당하던데... 그럼 윗층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겠네? 네가 아주 잘아는 사람이니까!"








그 때였다. 쾅. 천장이 무너져내리면서 잔해와 흙먼지가 흩날린다. 안개처럼 자욱히 깔린 흙먼지 속에서 거구의 그림자가 사뿐히 착지한다. 이내 흙먼지가 가라앉고, 감춰줬던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비춘다. 멀대같이 큰 키, 우락부락한 몸, 흉터투성이에 맨들맨들한 대머리. 두광이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두광. 두광의 그늘진 얼굴에서 파랗게 빛나던 눈동자가 이내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이다, 삼재화. 설마 네가 이런 곳에서 노가리나 까고있을 줄이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분위기 속. 삼재화는 눈썹을 씰룩이며 말을 내던진다.






"네가 누군데? 나 알아?"






그 한 마디에 터질 듯한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





여기서 부터는 안읽으셔도 됩니다.




이번 화에서 짚고넘어갈 것.


1)두광 일행을 습격한 살수들은 '흑운회'라고하여 무림 내에서도 상당한 실력자에 속한다. 다만 상대를 잘못만나 영혼까지 털려버렸다.

2)백귀나찰 삼재화는 흑마신교 소속이며 흑마신교 내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3)십이절마는 하나하나가 현대식 무기로 중무장한 군단을 전멸시킬 만큼 강하다. 삼재화는 그들 중에서는 다소 약한 편에 속한다.

4)투귀족은 백발에 뿔이 돋아난 종족으로, 싸움과 피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민가에서는 예로부터 공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5)삼재화의 키는 약 175cm다. 인간 여성치고는 큰 편이지만 투귀족 기준으로는 평균이다.

6)삼재화는 두광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있다. 이는 전투 중에 만났던 괴명왕의 모습이 불에 휘감긴 괴물 형태였던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머리카락이 몽땅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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